누나와 함께 있으면 그 시절이 떠올랐다. 어쩔 수 없이 언제나 틀림없이 과거게 붙들렸다. 추억으로 삼을 만한 그리운 기억이 없는 것도 아닌데, 누나와 함께 있을 때 떠오르는 것은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의 정점이었다. 붉고 선명한 빛까라의 낙엽을 주워들었다가 뒷면에 빼곡히 퍼진 곰팡이와 맞닥뜨리게 되는 것처럼, 누나는 내게 있어 가장 친말한 사람인 동시에 가장 잔혹했던 시절에 나를 묶어두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누나와 내가 함께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