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오후, 류블랴나 광장 위로 볼리비아 악사들의 토속 음악이 흐르고, 한 청년이 그녀의 창 앞을 지나가는 사이, 죽음을 기다리는 그녀는 자기 눈이 보고 있는 것, 자기 귀가 듣고 있는 것에 행복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똑같은 광경을 삼사십 년이나 오십 년 동안 보고 듣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더욱더 행복했다. 몇십 년을 두고 봐야 한다면, 이 아름다운 광경도 머잖아 독창성을 모조리 상실하고 모든 것이 반복되는, 전날이나 다음날이나 다를 게 없는 존재의 비극이 되어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