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서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그려도 괜찮은지 고민이 있었다. 어린이 대상의 문학에서 폭력을 최대한 검열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세계에 분명히 있는 끔찍한 것들이 있고, 어린이들도 그걸 느끼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폭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문제이지(폭력을 위한 폭력), 세계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건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린이 시절에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들, 어쩌면 어른들이 잔인한 생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분명히 있었고.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보이는 그로테스크한 세계는 그려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동시를 쓰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나는 어른이니까. 시인이 펼친 세계가 매력적이었고, 어려운 작업을 해내셨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집을 읽고 나서 동시를 쓰는 일에 관해서 더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