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올초에 접하고 조금 기다렸던 것 같아요.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는 작가님의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어요.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슬픔과 아픔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들이 외면할 수 없게 눈앞에 부딪혀오는 것 같아서 쉬이 읽을 수 없었지만,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감히 짐작할 수 없음에도 조금이나마 더 알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치지 않는 눈과, 걷히지 않는 안개 속을 헤매면서도 읽을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면서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할 게 아니라, 이렇게라도 알아가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요. 경하가 하는 말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들에도 그건 상관없지 않나 싶더라고요.
헤매다 어느 순간엔 현실로 돌아오게 될테고, 그럼에도 감정의 물결은 여운이 남아 흔들리고 있겠다 싶어서 잠시동안 눈을 감고 있어도 괜찮겠지. 그 물결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지, 하고 제게 와닿았던 이야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