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문학과 비문학 모든 것을 통틀어서 소설이라는 장르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있는 밝음을 내 속에 간직하고 싶어서이다. 살아가기 쉽지 않은 이 세상에서 소설 속 이야기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글이 쓰여졌다고 믿어서이다. 물론 모든 소설이 밝거나 희망을 꿈꾸는 해피 앤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의 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때에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거나 삶의 진 면모를 깨닫게 해 주는 그런 소설은 읽고 싶지가 않다.
✍ <김승옥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서 '어쩌면 스무 번'을 처음 접했다. 무슨 말인지,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인지, 이 상황은 어떻게 전개가 된 것이며, 왜 그런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번 후루룩 읽고, 다시 읽었다. 뒤에 이어서 나오는 정이현 작가님의 해설도 읽어보았지만 둘 다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 이번 에는 '어쩌면 스무 번'이 들어있는 편혜영 작가님의 책 <어쩌면 스무 번>의 모든 단편들을 읽었다. 내 느낌으로는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되었고 각 단편들의 마지막도 다 모호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절망을 뜻하지는 않지만 희망을 뜻하지도 않았다. 사실 희망의 빛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그저 똑같은 머무름이나 내려감이라는 느낌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싶거나 읽고 싶지 않아서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하루에 한두 개의 단편을 읽었는데, 다음 날 밤이면 어김없이 그 다음 단편을 읽어보자는 생각이들면서 오늘은 어떤 삶이 나올까하는 은근한 기대감도 갖게되는 것을보니 과연 편혜영 작가님만의 어떤 필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것 같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