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나는 죽지 않았을까? 이 세상을 살아낸 그 어떤 인간보다 더 참담하게 불행했던 내가, 어째서 망각과 휴식 속으로 꺼져 들어가지 않았을까? 죽음은 맹목적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유일한 희망인 꽃 같은 어린아이들을 무수히 낚아채 가지 않는가. 얼마나 많은 신부들과 젊은 연인들이 건강과 희망의 절정에 섰다가 바로 다음 날 묘지의 벌레들과 부패의 먹이감이 되고 마는가 말이다! 대체 나는 어떤 물질로 만들어졌기에, 그 많은 충격들을 이렇게 다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수레바퀴가 돌아가듯 매번 생고문 같은 고통이 새롭기만 했는데. _ p.239~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