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적 진화를 앞당기기 위해 머나먼 외계문명에서 지구로 파견된 사람 같다." 우주적인 <대수기하학>을 창시한 20세기 천재 수학자 '그로덴디크'에 대한 수학계의 첫인상이다. 공기로부터 <질소 추출법>을 발명하여 질소비료를 개발, 식량혁명을 통해 인류를 기아로부터 구원한 천재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염소가스라는 대량살상무기를 처음으로 만들어 1차 세계대전 화학전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그리고 그 전쟁터에는 독가스로 죽어가면서 깨알같은 글씨로 보낸 편지속에서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풀지 못했던 <상대성이론>에 대한 해를 증명하며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최초로 제시한 물리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있었다. 입자와 파동이라는 현대 양자역학의 논쟁을 <파동역학>으로 증명해낸 ‘슈뢰딩거’와 <행렬역학>으로 반박한 ‘하이젠베르크’ 두 천재 물리학자의 불꽃튀는 공방전. 외계인 '그로덴티크'의 제자로서 수학의 <정수론>과 <기하학>의 난제들을 현대의 수학자들도 이해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해결하며 수학계를 대혼란에 빠뜨린 채 잠적해버린 ‘모츠즈키 신이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이 책은 인간 정신의 무한 확장을 보여준 20세기 과학 지성사의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다. 등장하는 천재 과학자들은 동시대에 서로 얽히고 묶인 채 투쟁하고 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정신세계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마치 여러 명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어벤져스 영화처럼 우주를 배경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초월적인 지식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같다. 동시에 인간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경쇠약과 절대 고독속에서도 처절하게 고투하는 천재들의 집념이 경외롭다. 이들의 지적 업적을 따라가다 보면 나와 같은 지구인이 절대 아닐것이라는 망상이 점점 확신으로 다가온다. 인류 지성의 위대함 앞에 겸손과 감사를 배우게 된다.
'양자역학'과 '대수기하학'과 같이 어려운 현대 과학용어가 마구 튀어나온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한 손에 스마트폰과 ‘위키 검색’만 있으면 이 흥미진진하고 매혹적인 지적 모험을 무난히 따라갈 수 있다. 20세기 과학지성사의 경외로움을 느낄수 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오가며 재구성한 작가의 상상력에 또 한번 놀란다. 이 책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