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처럼 잘못 알려진 소설이 있을까? 항간의 오해가 있다는 대강의 가이드를 받고 읽으니 나를 비롯해서 너무나 많은 오해와 잘못된 이미지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작품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배경은 책에 소개된 정도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소설이 가진 매력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이 소설은 뮤지컬, 만화, 상업영화와 전혀 다른 작품이다. 다루는 주제도 훨씬 깊고 다양하다. 과학소설류에 넣는 것에 반대한다. 이건 인간의 본성, 선과악의 문제 나아가 부조리의 문제들을 다뤄서 현대에 읽어도 좋은 텍스트로서 자리매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루는 영역도 과학,언어철학 등 가볍지 않은 주제들이다. 기존의 틀에 매이지 않는 눈으로 관찰했을 법한 묘사들,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들이 지루함이라고는 느낄 수 없게 만든다. 괴물이 말을 배우는 장면은 내가 뽑은 베스트 컷이다.
삶의 많은 가치관들이 형성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는다면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모습, 그럼에도 선한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교훈, 진짜 악마는 누구인가 등 깊은 철학적 문제로까지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구축해가는 시기에 시의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소설의 짜임새도 명료하고 이야기성을 이용해 전개하는 방법도 재미를 주는 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한계점도 보였다.
독서기록에도 남겼지만, 문득 문득 보이는 선입견, 편견이 보이는 문장들이 있었다. 마치 빨강머리 앤처럼 끊임없이 자기의 느낌과 생각이 과잉되어 주절 주절 늘어 놓다 보니 중언 부언하는 듯한 문장들이 거슬렸다. 어떤 때는 신파극을 보는 것만 같았다. 또는 조선후기의 전기수같은 전개가 이런 전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즉, 솜씨 좋은 이야기꾼이 끊임없이 샘솟는 이야기로 관중을 홀려 놓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는 듯한 글이라고 느꼈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고 문자의 혜택이 부족했던 조선후기 민중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야기 전달자였지만 지금은 사극에서나 재현될 것만 같은 전기수의 냄새가 났다. 말하자면, 좀 올드한 느낌이 든다. 해서, 대중들에게 이 좋은 텍스트를 전달하고자 시도할 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프랑켄슈타인'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텍스트를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려진 이미지와 전혀 다른 번득이고 영민한 알맹이를 흡수할 수 있는 좋은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