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라고 소개한 정세랑 작가님의 말씀처럼 [시선으로부터]는 작품 속에서 사람들의 기억으로 등장하는 심시선에게 바치는 일가족들의 헌사임에 틀림없다.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한 가족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사를 지내고자 하와이에 모이고, 기존의 방식으로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심시선과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제사상 대신 '이걸 보기 위해 살아있겠구나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하여 그녀를 기린다.
전에 어떤 SNS에서 본 게시글이 떠올랐다.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하시는(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하여 얘기나누고, 식사 자리를 갖는)할아버지셨는데 공감이 많이 됐었다. 살아계실 때 잘해야지.. 이러한 사고방식이 전통적인 가치관에 반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나는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이 일가족의 삶의 방식과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p.322) 요즘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걸 모조리 경제적인 이유로 설명할 순 없다. 공기가 따가워서 낳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가 당했던 일을 자기자식이 당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어서, 혼자서는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한국은 공기가 따갑다.
감히 내가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아직 내 주변의 공기의 느낌 역시도 따가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우리 둘째 공주님의 세상에는 공기가 따갑지 않고 따뜻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무언가가 되어야지.
책을 읽으면서 계속 N여사와 가족들이 생각나서 혼자 많이 웃었다.. 심시선이라는 사람이 현실에 존재했더라면 N여사와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녀를 중심으로 형성된 모계사회의 모습은 죽은지 10년이 지나도록 가족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고 정신적 바탕이 된 심시선_가족의 모습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