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진학한 첫 학기, 나는 거의 주말마다 집으로 내려갔지만 다음 학기는 한 달에 한 번, 그다음부터는 방학 때나 잠깐 내려갔다. 나이 차이 많은 누나 같던 어머니가 점차 명백하게 늙어가는 모습을, 그러는 동안 어머니와 마주앉아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전화로 자주 안부를 나눈 탓이었다. 어머니는 내 근황을 듣고 나면 어릴 때와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라거나 “왜 그랬어”라는 질문들. 나는 이미 최선을 다해 스토리와 인과를 생각하던 아이 시절로부터 멀어졌고 그 둘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도 알아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늘 간단히 대꾸했다. 별 일 없었다거나 어짜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