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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존재하게 만든 이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우리 두 사람의 기억도 금세 사라지겠지. 해도 별도 보지 못하고 뺨을 희롱하는 바람도 느끼지 못하겠지. 빛, 감정, 그리고 감각이 사라질 것이고, 이런 조건에서 나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 몇 년 전, 이 세계가 담은 심상들이 처음 내게 열렸을 때, 여름의 명랑한 온기를 느끼고 바스락거리는 잎사귀들과 새 소리를 들었을 때, 그리고 내게 이들이 전부였을 때는 죽게 싫어 흐느꼈을 텐데. 죽음은 이제 내게 남은 유일한 위로다. 범죄에 더럽혀지고 쓰디쓴 회한에 갈기갈기 찢긴 내가 죽음이 아니라면 어디서 휴식을 찾겠는가?
- 괴물의 고독하고 외로웠던 삶이 느껴져 눈물이 찔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