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줬던 추리소설. 처음 무언가를 읽기 시작했던 책들이 셜록 홈즈시리즈였다. 그 흥분과 쾌감을 잊을 수 없어 책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그 시절에는 모두들 그랬다) 책을 소유하는 것은 사치라서 한 권을 몇 번씩 읽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사는 지도 모른다. 책이 너무 흔해졌고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장르, 다양한 개성이 있는 책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스웨덴 추리물은 처음 접하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전형적인 추리물이 아니라서 좋았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지금, 현란한 기법이나 설계된 책들보다 이런 색깔의 추리물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매우 감사하다. 독서 가이드님의 가이드를 읽어보니 이 책 말고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암, 기꺼이 찾아볼 것 같다)
전형적인 추리물이 아니라서 좋았다는 것은,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 홈즈같은 뛰어난 사람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이뤄 해결하는 것이 좋았다는 것이다. 각각 개성있고 각자의 특장점이 다르지만 그들의 장점들이 서로 시너지를 이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 미국쪽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두 사람이 집필을 했는데, 그 누구의 글이 아닌 그렇다고 산술적이고 기계적이며 표면적인 협업의 글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는 소개의 글도 인상적이다.. 들뢰즈와 과타리의 저술작업이 떠올랐다. 만약, 두 사람이 협업을 할 때 각자의 주체성을 고수했다면 예민한 독자들은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실망했을 것 같다.
인상에 남는 부분은 대부분 소설 처음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경찰 중 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콜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쿵하기도 했다. 콜베리가 아니라서 안심했다는... 초반부터 그들의 동료애나 팀웍이 마음의 한 구석을 차지했는데, 무슨 책이든 금방 빠져드는 것인지 아님, 이 책의 장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나도 심정적으로는 팀원들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중반을 지나면서 인상적인 부분에 멈출 틈도 없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메모하는 것도 잊은 채 정신없이 읽어내려 갔다. 범인의 윤곽이 나타난 것이 상당히 뒷부분에 속하기 때문에 요즘같이 빠른 피드백과 대강 예상되는 결론에 익숙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고구마를 많이 먹은 기분이 들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전략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르물은 마치 공식이 있는 것처럼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기에는 이 책은 전형적인 장르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중간 중간 그려지는 다양한 풍경들이 어떤때는 일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헀다. 그런 점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 접한 지금까지의 독서 배경과 다른 색다른 배경의 작품을 알게 되어 기쁘게 독서를 마쳤고 가이드님의 적절한 가이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즐거운 독서였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독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