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렇게 살 수 도 있는 거구나. 이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안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인생을 훔칠 수 있다면 나는 훔칠 것인가. 생각이 많은 나는 그러지도 못하겠다. 안나의 이런 삶은 고민하지 않고 나와야 하는 언어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히 누군가를 그리워해서도 안 되고, 존경해서도 안 되고, 사랑해서도 안 된다. 그 즉시 죄책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너무 깊게 공감하려 하지 않아야 하며, 인간미도 없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배제한 인생이 바로 소설 속 와로운 안나의 삶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