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대를 끝내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서둘러 빛을 꺼내려고
벼락을 샅샅이 뒤지던 날에 기록한
망가진 그날의 일기가
오늘 무대의 조명을 갖춘다
인형탈을 벗고 쉬는 용서를 보았을 때
지혈되지 않던 밤의 기쁨을 알게 되고
함부로 깨웠다가 영영 잠들지 않는
자명종을 목에 걸어주고는
꿈에서만 참견하는 악몽이 되어주기로 한다
익숙하고 끔찍한 친절함으로
골절된 영혼의 인형극에 몰입하며
차례를 기다린 건지도
바닥난 사랑에도 이 무대는
영영 끝나지 않는다
어느 날의 독백을 지우고는
삶을 퇴고하게 된다
다음 행복을 모사하는 것도
슬픔이 가진 배역이었기에
머지않는 출구를 열지 못하고
벼랑 끝에 서 있다
무대에 두고 온 이 시는 이렇게 끝이 난다
누구도 버린 적 없어서
아무도 끝까지 읽은 적 없는 시
사랑에 흠씬 두들겨맞고도 계속해서
포옹을 여는 사람에게
이제 아름다운 퇴장을 보여줄게
/폐막식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