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씻길 수 없을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문 열고 떠난 날과 돌아온 날의 횟수가
같다는 일은 뜻밖으로 의아하다
이것이 깨지면 단숨에 슬픔이 시작된다
떠돌며 생긴 서랍 속 외국 동전들처럼
아무도 깨우지 않는 잠이 필요하다
무슨 일입니까?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이 전말 확실합니까?
매일 입국 심사를 받는 비좁은 국경
조악한 기념 자석으로 흉내낼 수 없는 서사
한 번도 물에 젖은 적 없이 나는 법을 배운
새의 심정으로 쓴다
가고 싶다, 라고 적고
돌아와야 할 곳에 있다는 게 어색해서
욕조에 물이 넘치도록
수도꼭지를 비틀지 못했다
집을 씻겨 내보내야 한다
집이 내게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이미테이션 텐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