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작가님이 '희다'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쓰신 작품 '흰'이 자동으로 연관지어 생각났다. 눈, 넋, 뼈, 강보, 작별 ... 순수하게 때묻지 않은 하얀 이 단어들을 떠올리면 역설적으로 고통과 함께 슬픔이 찾아왔다.
또한 흰에 수록된 '작별'에서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가 최선의 작별의 말이라고 하셨는데, 이는 죽은 자가 산 자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면, 이번 작품의 제목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산 자가 죽은 자를 기억하고 더 나아가 그들을 위한 애도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들렸다. 작가님만의 글을 통해 늦게나마 국가에 희생당하신 분들에 대해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
이렇게 서로 도와주고 서로 구해주는 나날들이 계속되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이상 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박이는••••••' 이러한 체념에서 벗어나 모든 이들이 인생과 화해하는 평온한 시간이 오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