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이 들어선 자동차들의 앞유리에 반사된 3월의 햇살이 날카롭게 눈을 찔렀다. 낡은 중형차의 운전석에 오르는 여자가 보였다. 여자는 빠르게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열린 창문으로 여자의 옆모습이 보였다. 순간, 어쩌면 그가 남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콧대와 입매의 실루엣이 그랬다. 솔직히 남자, 여자, 어느 쪽이라고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한순간 내 쪽을 바라보는 것 같았는데, 다음 순간에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후미등을 깜빡이며 빠르게 멀어지는 차를 망연히 바라보고 서 있는 내 뒤로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가 울렸다. 잠시 후, 나는 그의 얼굴 생김새조차도 기억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