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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추상화 능력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았다. 거침없는 일반화를 바탕으로 점차 범위를 좁힌 다음 예리하게 초점을 맞추는 그의 수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서라면 어느 딜레마든 똑똑히 꿰뚫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 각, 곡선, 방정식은 그의 흥미를 끌지 못했으며 그 어떤 구체적인 수학적 대상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대상들 사이의 관계였다. 그의 제자 뤼크 일뤼지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사물의 조화에 남달리 민감했다.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고 주요 정리를 증명했을 뿐 아니라 수학에 대한 우리의 사고 방식을 변화시켰다."
공간은 그가 평생 천착한 주제였다. 그는 천재성을 여지없이 발휘하여 점의 개념을 확장했다. 미천한 점은 그의 눈길이 닿자 무차원의 위치에서 벗어나 복잡한 내부 구조를 품은 채 부풀어 올랐다. 남들이 깊이, 크기, 너미가 없는 단순한 위치를 본 바로 그곳에서 그로텐디크는 우주 전체를 보았다. 그토록 대담한 제안을 내놓은 사람은 유클리드 이후로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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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1986년 사이에 그는 [거두기와 씨뿌리기 : 수학자의 과거로부터의 성찰과 증언]을 썼다. 프랑스에서 이 기상천외한 작품을 감히 출판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동료 말마따나 '수학적 주마등'으로 가득한 1000여 쪽의 글에서 글텐디크는 자신의 정신을 탐구하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깨달음과 편집증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지성을 점진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낸다.
[거두기와 씨뿌리기]의 개념들은 원을 그린다. 저자는 처음의 논증으로 거듭거듭 돌아가며 총체적 정확성을 추구한다. 그는 자신이 쓴 것을 (폐기하거나 두 배로 강력하게 긍정하기 위해) 들여다보며, 자신의 말을 자연스러운 것과 대조적인 단언체로 고치려고 시도했다. 한 페이지 안에서도 시점, 테마, 어조가 확확 바뀌는데, 이것은 의미의 한계와 맞서 투쟁하며 만물을 한꺼번에 시야에 담으로 시도하는 정신의 산물이다.
"시점에는 본성상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풍경을 하나의 상으로 본다. 하지만 같은 현실에 대한 상보적 관점들이 합쳐질 때만 우리는 사물의 지식에 더 온전히 접근할 수 있다. 우리가 이해하려는 대상이 복잡할수록 다른 관점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그래야 이 광선들이 수렴하여 우리가 많음을 통해 하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것을 보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모든 것이 실제로는 같은 것의 일부임을 이해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