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런 나를 비웃듯이 그 젊은 여자와 결혼식을 올렸어요. 노인네가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가족들을 다 불러모아, 성당에서 혼인미사를 드렸단 말입니다. 새하얀 투버튼 양복을 입고, 파이프오르간 소리에 맞춰 자기 딸보다 어린 여자한테 다가서는 꼴이라니. 하객이라 해봤자 열댓 명의 친구들이 전부였죠. 아버지의 아내는 부케도 없이 무릎 길이의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었죠. 그 여자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이 청년처럼 빛났습니다. 내 옆에서 노친네가 미친 게 분명하다고 욕을 하던 아내도 그 순간에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더군요.
“사랑하는 거예요. 당신은 저런 사랑 해봤어요?”
아내의 그 어린애 같은 말에 화가 나서, 나를 어디에 갖다붙이는 거냐고 화를 냈죠. 아내는 쓸쓸하게 웃었어요. 우리는 맞선을 보고 이 주 만에 결혼을 했죠.
친밀한 이방인 |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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