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신문이 배달되지만 찾아 읽지는 않는다. 어쩌다 음식을 먹거나 손톱을 자를 때 밑에 받치는 용도로 사용할 뿐이다. 그러다 헛웃음 나오는 어느 정치인의 말이나 말문이 막히는 사건을 보게 되면 읽어보기도 한다. 인선이 경하에게 신문 스크랩을 보여주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통과한 신문 조각들, 밑줄과 글씨로 눌러진 종이들, 활자보다 많은 말을 하는 사진들. 이런 것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상자들, 모양도, 위치도 제각각인 상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척척 알맞은 박스를 꺼내 자료를 보여주는 인선을 그려봤다. 경하의 시선으로 함께 그 여정을 좇으며, 인선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가 이런 것들을 이렇게 쉽게 알아도 되나, 생각했다. 신문 조각을 잘라 보관해 본 적이 없어서 문득 요즘에는 신문 스크랩 대신 무얼 하나 생각해 봤다. 간단하게 보관함에 저장을 하거나 링크를 복사해 둔다. 그리고 다시 찾아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옛날보다 정보를 쉽게 얻는 만큼 또 쉽게 흘려보내지 않나 싶다. 그렇기에 정심-인선-경하로 이어지는 수집과 공유의 연결이 더 밀도 높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