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의 대담>은 무수한 우연과 필연에 의해 날아든 활이 곳곳에서 활공하는 모습을 그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올려다보게 되는 소설이다. 독자인 나는 화살촉의 방향을 통해 목적지를 예상하지만, 글쎄, 과연 목적지가 거기 한 곳 뿐일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 너머의 반전을 주고, 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앞의 반전마저 넘어서버릴 반전을 다시 한 번 끼워넣는다. 그야말로 페이지터너다운 작품이다.
대담 소설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각 인물들의 표면적인 대담과 솔직한 내면감정을 동시에 전달하며 마치 그들의 속마음을 투시하며 실제 대담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신선하고, 놀라우며, 끔찍하기까지 한 이들의 내면은 대담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모습들 뿐이다.
감히 마주앉아 있는 사람을 상대로 상상할 수 없을 법한 '살의'를 가득 담은 대담들은 각자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는 듯하지만 다음 대담을 읽어나갈 수록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그들만의 연결을 잇고 잇기를 반복하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결말을 내어준다.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설을 읽고 싶을 때, 심심한 여름 흥미진진한 몰입감이 필요할 때 모두 이 책이 해결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