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시안블루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헤르만 괴링의 교수형이 결정되자 시안화물 캡슐을 깨물고 자살하였다.
그 시안화물의 진짜 기원은 1782년 현대적 합성 안료 '프러시안 블루' 부산물로, 유럽 미술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아프가니스탄 청금석을 갈아만든 비싼 울트라마린을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18세기 화학은 아직 연금술에서 갈라저 나오지 않았으므로, 요한 콘트라 디펠은 경건주의 신학자, 철학자, 미술가, 의사를 자처했으나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겐 돌팔이 연금술사였을 뿐이었다.
칼 빌헬름 셰레는 극미량의 황산을 더해 가장 강력한 독약 '프러시안산'을 만들었다. 매혹적인 비소가 농축된 에메랄드그린은 나폴레옹이 아끼는 색깔이 되었다.
비소가 은밀히 잠식한 끈질긴 암살자라면 시안화물은 속효성 덕분에 암살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라스푸틴과 앨런 튜링도 그 표적이 되었다.
역사상 최초의 가스 공격은 유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의 '벨기에 이프르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공기에서 빵을 끄집어낸 사람'이 되어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가 소지하고 있던 아내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죄책감을 고백했다.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질소를 뽑아내는 자신의 방법이 지구의 자연적 평형을 무지막지하게 교란하는 바람에 인류가 아니라 식물이 세계를 차지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p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