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을 하는 것은 노숙생활에 여러모로 편리했다. 몸에서 휘휘 돌아가는 커다란 옷을 입고 팔자걸음으로 걷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 귀찮은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전부였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과거에서 벗
어나고 싶었다. 자기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었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고 싶었다. 죄책감이나 후회 따위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녀가 품고 온 삶에 대한 증오, 그것이 전부였다.
명랑한영혼
2024.08.07 일남장을 하는 것은 노숙생활에 여러모로 편리했다. 몸에서 휘휘 돌아가는 커다란 옷을 입고 팔자걸음으로 걷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 귀찮은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전부였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과거에서 벗
어나고 싶었다. 자기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었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고 싶었다. 죄책감이나 후회 따위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녀가 품고 온 삶에 대한 증오, 그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