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마치 냄새 같은 거야.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지. 처음에는 나도 믿지 않았어. 어딘가 열린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냄새라고 생각했어. 당신이 나에게, 우리가 서로에게,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 (...)그 일은 내 안에 있던 남자로서의 자부심과 믿음, 그 근간을 다 부숴버렸어. 나는 이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벌벌 떠는 꼴이 되었어. 당신이 알던 그 사람, 그 남자는 이제 여기 없어. 난 껍데기고, 흔적이고, 흩날리는 재야. 그러니 이제 당신이 말해봐. 나라는 유령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어떤 후회를 하는지, 어떤 기도를 하는지."
껍데기만 남은 남자. 남자가 껍데기인지 몰랐던 여자. 껍데기가 되기를 선택한 남자. 오래전부터 껍데기였던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