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뭐 대단한 아내의 역활을 기대한 건 아니었어요. 한끼 정도 따뜻한 밥을 먹고, 정돈된 방에서 잠들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도무지 집안일이라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빨래도 청소도 제대로 되어 있는 적이 없었죠. 개수대 안에는 냄새나는 그릇들이 쌓여 있고 바닥에는 먼지가 뭉쳐 굴러다니는 게 예사였어요. 옷장에는 정리하지 않은 옷들이 허물처럼 쌓여 있었죠. 게다가 도무지 집에 있는 것을 싫어해서, 평일이고 주말이고 밖에 나가고 싶어했어요. 주로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가고 싶어했죠. 명품 매장에서 그 여자의 눈이 어떻게 빛나는지, 한번 보셨어야 해요. 나중에는 정말 진저리가 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