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황제를 믿는 종교단체도, 제 할일 안하고 새 이웃 이야기를 퍼뜨리기 좋아하는 찜질방 주인도, 개도, 아내도, 아닌 가장 무서웠던 등장인물은 보안업체였다. '보안'업체라고 하면 죽음으로부터 사람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소설 속 보안업체는 거의 깡패내지 사냥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점에서 작가님의 소설집인 사육장 쪽으로가 생각나기도 했네요!
작가님께서 미약한 슬픔으로부터 , 그런 슬픈 인물로부터 소설을 써내려간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 부분을 아내에게서 느낀 것 같아요. 제 아버지를 수면제로 다스려야하는 딸의 마음은 과연 괜찮을까요. 처음에, 재독 시에 이 단편을 읽었을 땐 아내가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단편에서 가장 미약하게 나마 슬픔을 느끼고, 독자에게 그런 처연함을 주는 인물은 '나'와 더불어 아내였던 것 같습니다. 별다른 수입도 없이 제 아버지를 인질삼아 수입을 얻고, 워낙 다루기 힘든 탓에 수면제의 용량을 늘려 투약하니까요. 겉으로는 제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투약하는, 그런 무서운 인물같아보여도 그러기까지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지 독자로서 가늠이 어려울 정도로 이 인물도 꽤나 마음이 아픈 인물 같다고 생각이 들었네요! 아버지를 대하는 아내의 방식에 있어서 소년이로의 다음손님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제 집에 만약 보안업체가 온다면 어떨까요? 저는 솔직히 심드렁한 반응으로 몇번 들어주다 말 것 같습니다... 운명론자라서 죽으면 죽고 말면 마는거고 하는 성격이거든요. 소설적이지 못한 것 같네요 하하
어쩌면 스무번 표제작 너무 좋아하는 단편이라 독파 통해서 또 읽을 수 있어 너무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