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강연하는 것을 듣고서 처음 든 인상은 우리의 지적 진화를 앞당기기 위해 머나먼 태양계의 외계 문명에서 지구로 파견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로텐디크가 불러일으킨 수학적 풍경은 아무리 급진적이었을지언정 인위적이라는 인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수학자의 훈련된 눈으로 보면 이 풍경은 마치 자연환경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텐디크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보다는 풍경이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기를 바랐다. 그 결과는 마치 각각의 개념이 제 나름의 생명 충동을 따라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듯한 유기적 아름다움을 발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