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텐디크의 탁월한 점 중 하나는 모든 대수 방정식 이면에 더 거대한 무언가가 숨어 있음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스킴이라고 불렀다. 그가 보기에 방정식에 대한 각각의 해, 각각의 형태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밤중에 회전하는 등댓불에 비친 암석 해안의 윤곽처럼” 일반 스킴으로부터 투영된 환각적 영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로텐디크는 하나의 방정식에 들어맞는 수학적 우주를 통째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를테면 그의 토포스는 무한해 보이는 공간으로, 상상력의 한계에 도전한다. 그러려면 완전히 새롭고 50년 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가져온 변화만큼 급진적인 우주 관념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