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 부인이 곧장 그 안으로 뛰어들어갔어요. 사실 뛰어들어갈 공간이랄 것도 없는 비좁은 창고 같은 방이었죠. 낡은 누더기 같은 담요와 빛이 바랜 베개가 한쪽에 공처럼 말려 있었어요. 그 풍경을 내려다보는 귀부인의 얼굴이 혐오감으로 일그러지더군요. 다른 한쪽에는 앉은뱅이책상이 있었고, 그 위에 대입 수험서 몇 권이 포개어 펼쳐져 있었죠. 그 방 곳곳에 벗어놓은 옷이 아무렇게나 산처럼 쌓여 있었고요. 방구석에는 지퍼가 고장난 비키니옷장이 있었는데, 귀부인은 그 안까지 샅샅이 뒤져보았어요. 하지만 찾는 물건은 그곳에 없는 것 같더군요. 부인을 따라온 그 남학생은 차마 방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굳은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어요. 이런 짓을 하는 엄마나 그런 꼴을 지켜보는 아들이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친밀한 이방인 |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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