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이 제일 어려웠다. 늘 그랬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고, 마침내는 지우는 것이 쓰는 것보다 앞서는 지경이 됐을 때 우연처럼 한 문장이 남았다. 나는 고개를 기울이면서 첫 문장을 지나 다음 문장으로 나아갔다. 검은 활자가 마치 발자국처럼 새겨졌다. 문장은 부끄러울 만큼 성기고 거칠었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가 불편하고 낯설지만, 짐짓 호기를 부리며 눙치고 넘어갔다. 백지는 나를 밀쳐내지 않았다. 받아들여졌다는 기쁨에 나는 좀더 파고들었다.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얇고 가벼운 키보드를 두드리는 느낌, 그 희열이 두 손을 따라 전신으로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