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 눈의 밝은 빛이 영원히 꺼져버렸고, 그토록 친숙한,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숨이 죽어, 영영 들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실감하기까지. 이런 것들이 첫날의 기억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참담한 현실이 뚜렷하게 드러나면 그제야 진짜로 비탄의 쓰디쓴 설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 무자비한 손길에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세상 누구나 느꼈을 슬픔, 그리고 반드시 느껴야만 할 슬픔을 굳이 내가 묘사할 필요가 있겠는가? 결국 때가 되면 비탄은 필연이라기보다 일종의 자기만족이 된다. 그리고 신성모독일지 모르지만, 입가에 서린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날이 온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남은 사람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면서, 약탈자의 손길에 잡히지 않은 사람이 남아 있으니 그나마 우리는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법을 터득했다.
-알라딘 eBook <프랑켄슈타인 - 세계문학전집 0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