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는 검은 눈망울을 가진 소녀로 자라면서 부모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양복 기술자는 하나뿐인 딸을 애지중지해서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들어주었다. 겨울이면 직접 여성복의 패턴을 따다가 소매와 밑단에 담비 털이 풍성하게 달린 캐시미어 코트를 지어 입혔다. 러시아 공주들이나 입을 법한 코트였다. 그 모습을 본 로라가 '아나스타샤'라는 별명을 붙여준 이후 이유미는 동네에서 줄곧 그 이름으로 불렸다. 아나스타샤.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