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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저는 그것이 그 사람의 소설인 줄 알았어요. 꽤 재미있는 이야기였어요. 피아노교사, 대학교수, 심지어 의사로 신분을 바꿔가면서 남자를 셋이나 갈아치우고 인생을 거짓으로 살아가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왔어요. 마지막엔 그 여자를 남자로 탈바꿈해서 소설가 행세를 하죠. 그때까지 그 원고를 순수한 허구의 창작물로 읽어가던 저는 희미한 각성이 찾아드는 걸 느꼈어요. 주인공이 여자인줄 꿈에도 모르는 아내와 그 여자의 어린 아들, 그리고 욕심많은 교사 출신의 장모 이야기까지......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