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휘몰아치는 제주도, 인적이라곤 없는 외딴 집에서 전기마저 끊어져 홀로 고립된 밤.
시야는 차단되고 바람소리와 나무들의 술렁거림만 가득한 그곳에서, 죽은 새가 날아다니고 혼백인 듯 아닌 듯,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는 인선이 담담하게 4.3 사건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심지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조차도 살아있긴 한건지 알 수없다.
이불 맡에 넣어놓은 녹슨 톱과 콩죽의 이미지와 함께, 마치 위령제같은 제주의 어느 밤이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