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지만 대불호텔의 유령은 단숨에 집중해서 후루룩 읽을 수 있을만큼 페이지터너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기억의 부정확성과 왜곡에 대한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기억하는 대불호텔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부분이 심리적으로 공포를 주었다. 하지만 결국 박지운이 남편 뢰이한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가 떠난 세상을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왜곡하고 이야기에서나마 뢰이한을 살아 숨쉬게 만들기 위해 그런 스토리를 지었다는 것을 보며 이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원한이 아니라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호러 소설과는 다른 결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외지인 혹은 소외받는 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원한을 풀어주는 열쇠임을 에필로그의 장화홍련전의 수령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주는 것 같은데, 소설의 '나'가 '진'에게 박지운과 뢰이한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부분과 에필로그에서 '나의 상과 대결하겠다는 원한' 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봐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다른 사람의 원한을 풀어줄 뿐 아니라 그럼으로써 나의 속마음에도 귀기울이게 하여 자신이 가진 원한 또한 풀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으로 이야기와 소통의 중요성 측면에서 더 확장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호러로 서늘하게 시작하지만 사랑과 원한을 풀어주는 것으로 따뜻하게 끝맽고 있어서 매력적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