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 줄을 썼다.
"악의만이 전부이다."
"아이고, 귀신이 들러붙지 않고서야 저런 팔자는 없지."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뭐든 할게요. 뭐든지 할게요.
나는 당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에 매혹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당숙모에게 그렇게 애원했던 것이다. 기회를 움켜쥐듯이. 연주 역시 그랬던 것 아닐까. 그녀 주위에 일어난 불가사의한 일들 말이다. 만일 그게 그저 우연히 일어난 일에 불과했다면? 위험천만한 그 계단에서는 언제든 누구든 넘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