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없는소리 p38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오래오래 한가롭게 수영을 한다. 힘이 다 빠져버리기 전에 헤엄쳐 해변으로 돌아온다. 모래사장에는 우리가 벗어놓은 옷들이 놓여있다. 우리는 머리끝에서부터 뚝뚝 떨어지는 바닷물을 닦고 옷을 챙겨 입는다. 그리고 잠깐 그대로 따끈한 모레에 맨발을 파묻고 서서 이다음 여름에는 무얼 할지 이야기한다. 그것들은 실현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당장은 모든 게 실현될 것처럼 말한다. 그럼에도, 어쩌면 그 때문에, 그에 대해 떠들어 대는 일은 희한한 기쁨을 준다.
‐---------------------
우리, 무용한 일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 시작의 이전부터 끝의 이후까지를 함께 하는 것.
희한한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