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를 키우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나의 자식들이 20대에 헤어져 평생을 못 보는 것을 생각하면 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스텔라의 엄마는 스텔라가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놓아주자고 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가면서도 보고 싶지 않을까 하고. 데지레가 느끼는 그리움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가도 스텔라가 결국 주드에게 걸리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삶이 무너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거짓으로 공허하게 살아가는 스텔라의 삶에 울컥했다. 스텔라가 백인의 삶을 누리는 것을 보며 밑바닥 삶에서 탈출하는 것이 맞다 생각하면서도 그 안에서 마치 시골쥐처럼 들킬 수 있다는 불안으로 잠식되어 무엇도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수학을 전공하며 삶의 지반을 다지고 자신의 딸에게 패싱을 결국 고백하는 모습에서 안위를 얻었다. 인종과 부의 격차가 각각의 삶을 흔들어 놓지만 결국에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걸어나가는 인물들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