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읽은 최고의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즐거운 독서 시간이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임에도 350여 페이지를 이틀 만에 읽을 만큼 재미, 가독성이 좋았고, 많은 내용을 담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페이지임에도 상당히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심시선'의 10주기 제사를 자손들이 하와이에서 모여 각자가 생각하는 보물을 찾고 그것으로 제사를 지내는 내용으로, 제사를 계획하고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각 등장인물들은 심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자신들을 발견한다. 책 제목이 완결형이 아닌 ','로 끝나는 이유는 심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영향이 계속되는 연속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MBTI 검사를 한다면 전부 다르게 나올 것 같은 심시선의 자식과 손주들이 하나의 시작인 시선에게 영향을 받고 그것을 양분삼아 각자의 삶을 살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제투성이인 세상에서 이들이 개성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정해진 풀만 먹어 거기에만 의존하게 된 새'와는 달리 정해진 틀이 없었던 심시선이라는 시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환경, 남녀차별, 폭력, 다민족, 원주민과 이민자, 전쟁, 로컬, 과거사에 대한 태도 등 지구, 사회, 개인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괴력을 보여준다.
책을 덮고 나자 정세랑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