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진행한 챌린지 중 한 권인 이 책에 대해 예의없이 읽어서 조금 스스로에게 미안하다. 감독이 에세이를 쓸 때 느껴지는 것이 다를 것 같아 일부러 신청해 읽어보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난 이 감독의 작품을 하나도 보지 않았다. 유명하다고, 작품이 좋다고 하는 말 따윈 나에게 삐딱선을 타는 이유가 될 뿐이다.
다만, 첫 장을 읽으면서 잔잔한 바다를 보는 듯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힘을 느꼈다. 솔직담백하고 본질에 충실한, 비본질적인 것은 과감히 쳐내는 데에서 오는 힘이 있는데, 글을 통해 그 지점을 느낀 것 같다.
한 편 한 편의 글이 길지도 않았다.
만약, 글들이 물이라면 이 글은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에서 물결이 빛을 반사하며 찰랑찰랑거리는 물맛이 느껴지는 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듯이 바쁜 학기말에 무려 네 권이나 도전한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고, 이제 천천히 그의 영화를 찾아보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글과 영화가 주는 느낌이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방학이 되면 더 찬찬히 음미하면서 물 맛을 보면서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