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만한 쾌락을 알지 못한다. 사실 나는 아주 적게 읽는 편이다. 책이란 꿈으로 이끄는 문인데, 인생에서 가장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 꿈과의 대화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문이 필요 없다. 나는 독서할 때 책 속에 온전히 빠져드는 법이 없다. 책을 읽을 때면 항상 내 지성이나 상상이 내리는 평가가 읽는 대목마다 끼어들어 책의 고유한 서술적 진행을 방해한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내가 바로 그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거기 원래 적혀 있던 글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