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나에게 인생은 결코 두뇌에 닿지 않는 졸음이다. 나의 두뇌는 내가 언제든 그 안에서 슬퍼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다.
123. 포기는 자유다. 원하지 않는 것이 힘이다.
133. 내가 인생에 요구하는 단 한가지는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져본 적 없는 오두막집의 문가에서 거기 있어본 적 없는 햇볕을 쬐면서 나는 내 피곤한 현실이 가져올 훗날의 노년을 즐겼다.
136. 느낀다는 것의 중압감! 느껴야 한다는 것의 중압감!
140. 이따금 완화시킬 어떤 방법도떠오르지 않을 만큼 지독한 삶의 피로가 감각 한가운데로 갑작스럽게 솟구쳐오를 때가 있다. 그 피로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 중 자살은 효과가 의심스럽고, 자연스러운 죽음은 그것이 의식의 종말을 의미한다 할지라도 충분하지 않다. (...)잠을 자는 사람처럼 글을 쓴다. 내 일평생은 서명을 기다리는 영수증이나 마찬가지다.
142. 꿈의 가장 경멸스러운 점은 누구나 꿈을 꾼다는 것이다.
145. 인간은 높은 곳에 오를수록 더 많은 걸 버려야 한다. 꼭대기에는 자신만을 위한 공간밖에 없다.(...)그런데 내가 처음에 생각하기 시작한 주제는 이게 아니라 사람들이 인생에서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작아져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두 가지는 결국 같다. 영광이란 메달이 아니라 동전이다. 한 면에는 인물의 초상이 있고, 다른 한면에는 액수가 쓰여있다. 액면가가 더 큰 돈은 동전이 아니라 실제 값어치는 얼마 안 나가는 종이로 만든 지폐다.
148. 완전한 인간이란, 이교도에게는 존재하는 인간의 완전함을 뜻한다. 기독교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완전함을 말한다. 불교도에게는 인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완전함을 의미한다.(...)자연이란 영혼과 신 사이의 차이점이다.
149. 정말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과 동물을 제대로 구분짓는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운 데 비해 우월한 인간과 평범한 인간을 구분짓는것은 오히려 쉽다는 것이다. (...)자신을 알려는 일 자체가 오류다. "너 자신을 알라"는 신탁은 헤라클레스의 임무보다 어려운 과제이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보다 더 난해하다. 의식적으로 잘 모르는 것만이 길이다.
150. 지성이라는 외피를 두른 삶의 본능적 지속성은 내가 끊임없이 탐구하는 깊은 사색의 주제다. 의식이 인위적인 가면을 쓴다 한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속일 수 없는 무의식을 드러내는 짓일 뿐이다.
152. 나에게 글쓰는 일은 스스로를 깍아내리는 행위이지만, 차마 글쓰기를 그만둘 수 없다. 나에게 글쓰기는 혐오하면서도 끊지못하는 마약, 경멸하면서도 의지하게 되는 악덕같은 것이다.
그렇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것은 상실이기에 다들 스스로를 잃어버리며 산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기쁨없이 나를 잃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