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안녕? 할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난지가 벌써 11년이 되었어요.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전히 그 날에 자주 머물러 있어요. 할아버지가 우리 곁에서 떠나던 날.
하염없이 울고 있으니 언니가 내게 억지로 이불을 두르며 자자, 자자 제발 자자 했던 그날.
너무 목내어 울어 진이 다 빠져서 그런지 죽은 듯이 잠이 들었을 때,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아."라고 음성이 들렸던 그날.
그 목소리에 눈을 천천히 뜨니 핸드폰을 떨구며 소리치며 울던 언니를 보던 날.
그렇게 떠나셨구나 라는 다시 숨을 헐떡이며 우는 날, 지금가야해 지금 아니면 못봐 하면서 눈물로 앞도 보지 않던 나에게 신발을 신기고,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던 언니의 손만을 바라보던 그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평소와 같이 잠을 자는 모습으로 누워있는 할아버지의 피부를 만진 순간, 한여름엔 너무 차가웠던 할아버지의 볼에
내가 이렇게 만들었구나라는 자책이 넘치던 그날.
그날 이후로 한 8년동안은 추석때를 기준으로 두세달을 악몽을 꿨어요.
늘 저 날로 돌아갔어요. 평생 나는 행복해질 수 없겠구나를 알아버린 저 날을요.
나라는 사람이 할아버지처럼 좋은 분을 만나 할아버지의 일부를 건네받아 성장했고, 살아가고 있는 요즘에도,
전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순간도 여전히 할아버지가 그립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나고 남동생이 쓴 편지에 할머니가 우셨어요. 엄마도 날떠나갔는데, 할아버지마저 날 버렸다는 편지의 내용.
내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아 너무 괴로웠습니다.
며칠전엔 여동생이 갖고 있던 죄책감을 들었습니다. 그 날 자신이 사촌을 보러 가고 싶다고 얘기만 하지 않았더라면,
할아버지가 아빠를 보고 갔을 거라고 하는 이야기. 자신이 다같이 가자고 사촌들을 모두 이끌고 가서 저와 언니, 어머니, 할머니를 제외한 모두는
생전의 할아버지를 봤지만 자신으로 인해 다른 이들을 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 고백에 저는 또 하염없이 무너졌습니다.
제 탓이라고 아니라고 했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길과 안김에도 저는 여전히 그날을 잊을 수 없네요.
여전히 전 완전한 행복을 꿈꾸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저 그립습니다. 그저 그리워, 오늘도 숨이 막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