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연두빛과 분홍빛으로 감싸고 있는 책의 내용보다 더 강하게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것은 좋았던 페이지에 붙여 놓은 색색의 포스트잇이다. 모든 책이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포스트잇은 책의 초반에는 많이 붙어있다가 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더 적은 양만이 붙는다. 그렇다면 책은 후반부로 갈 수록 별로라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어쩌면 이건 사랑과도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마주한 새로운 모습에 자제하지 못하고 마음을 주었다가 후반부에 가서는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 일주일 챌린지의 마지막 날이라고는 하지만 북카페 대표와 편집자의 책일기란, 단순한 책일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여러 권에 영업 당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레이먼드 카버의 <제발 조용히 좀 해요>에 압도되었다. 실은 그 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강윤정 편집자의 일기에 압도되었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편집자님이 사용한 ‘소설적’이란 단어를 꼭 이해해보고 싶어 다음 책은 이 책으로 정했다. 이해할 수 있을까? 실은 중요치 않다. 이해하고자 하는 그 과정과 편집자님이 일기를 써 내려갔을 순간을 떠올려보는 것 자체만으로 나의 마음은 충만해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