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학교도서관과 동네에 있는 시립도서관은 외관과 모양이 전부 달랐다. 학교 도서관은 책장은 대부분 나무로 되어있고, 황색과 갈색의 선들이 조금씩 그어져 있었다. 동네 위치한 시립도서관은 시원한 느낌의 철장같은 책꽂이에 짙은 회색과 연한 회식이 어우러졌고, 책이 꽉꽉 채워져 있지 않았다.
나는 학교에 가면 책가방을 내려놓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은 늘 9시에 열었고, 수업도 9시에 시작하였는데도,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도서관으로 가, 문앞에서 사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모퉁이를 돌면 한 손에 열쇠를 돌리시면서 오시는 선생님은 날 보시며 웃으셨지만, 목소리와 내용은 좋지 못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 전에는 오지 말라고 했지?"
그럼 나는 그저 히죽 웃으면서 선생님께서 문을 열어주시기만을 기다렸다. 미닫이 문을 열고 선생님께서 먼저 들어가시면 이어서 불꺼진 도서관에 들어갔다.
불꺼진 도서관의 책상 위에 어제 마지막 시간 이전에 빌린 책을 올려두고, "반납이요~" 라고 외친 나는, 그 다음 시리즈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당시엔 시리즈가 있는 소설을 많이 읽었다. 만약 바로 이어서 읽지 못하면, 책의 주인공에 대한 실례라는 생각에 완전히 관련 없는 한국사나 위인전을 읽었다.
집에서 읽던 위인전보다 세세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좋아했다. 때론 동물사전이나 백과사전도 빌렸는데, 집에 있는 동물사전과 다른 동물이 있는지를 보려고 빌렸다.
도서관에 들어온 시간은 선생님의 배려덕분인지 55분이였고, (지금 생각해보면 직장인에게 출근전 오분은 굉장히 소중한데, 내가 아주 실례되는 행동을 했다.) 58분 부터 선생님께서 정리하시면서 내 이름을 부르시며 소리치셨다.
"58분이야, 이제 가야지." "얼른가 이러다가 종 치겠어." "어차피 1교시 끝나고 또 올거잖아!"
그럼 네네네 하다가 책을 고르고 나만의 장소에 책을 놓은 뒤, (이러면 안된다.)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도착하면 이미 수업교과서를 펼친 친구들과 선생님이 계셨고, 선생님께서도 또 한번의 주의를 주셨다. "일교시 끝나고 가라고 했잖아." 그럼 난 또 죄송합니다와 함께 히죽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동네 도서관에서는 아무도 나를 혼내지 않았고, 한번 갈때마다 어머니, 아버지의 회원증까지 가져가 적으면 10권 많으면 15권의 책을 빌려서 돌아왔다.
책을 낑낑 메고 돌아오면, 어머니께서 다음에 갈때 빌려오면 되지 왜 이렇게 무겁게 많이씩 빌려오냐며 키가 크지 않는다고 나를 나무라셨다.
그렇게 10~15권 정도의 책을 2주동안 읽고 반납하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읽다보면 나의 어린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차츰차츰 흐려지던 기억속에서 내가 얼마나 책을 사랑했는지가 보였다.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 나는 많이 읽고 기록하는 거였다. 읽고 꼭 독서기록장 앞면에 책 제목, 저자이름, 출판사를 적었고, 간단한 소감을 적었다.
지금과 달라진 독서방법과 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금 나는 과거로도 시간여행을 하는 중이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읽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