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수박이지... 나는 몸이 잘 붓는 편이다. 수박을 먹으면 시원하게 오줌을 한 판 싸면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먹는 것에 무심한 나는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계절음식을 챙겨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 미션이 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기는 하지만.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유일한 음식이자 여름에 주로 먹는 음식은 냉모밀이다.
부모와 동거하던 시절에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외식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 어느날 어머니는 나만 데리고 청주시내에서 제일 유명한 모밀집에 데려가셨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랬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가족이 모두 외식을 하기는 했지만 나만 데리고 가서 냉모밀을 사줄 정도로 나는 엄마에게 살가운 딸이 아니어서...
쨌든, 엄마는 생전 처음 먹는 냉모밀 먹는 방법을 자상하게 가르쳐 주셨다. 국수를 먹는데 그렇게 절차가 많은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과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 뭘 그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주시는 분이 아니라서...
그날 이후 난 냉모밀은 추억과 자부심과 따뜻한 음식이 되었다. 나도 엄마에게 전적인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있는 사람거든, 이라고 자랑삼아 말할 수 있는.
그 후로 그런 기회는 다시 없었다. 그럼 그렇지.
결혼하여 50도 넘은 이 나이에 남편에게 냉모밀을 먹을 때마다 자랑을 한다. 남편은 그렇게 알뜰 살뜰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결국 나 혼자 떠들다 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