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회기에 독파 챌린지에 도전한 책이 총 4권이다. 좀 무리를 했다. 학기말이라 성적처리도 해야하고 이것 저것 마무리해야 할 것이 많은 시기에, 제일 바쁜 시기에 호기롭게 네 권이나 도전한 것은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몰아칠 수 있을 만큼 최대치로 나를 몰아부쳐 보기로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니, 나름의 이유는 있다. 책들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회기의 책들은 내 마음을 별로 끌지 않아 한 권도 도전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이번 회기에는 마음에 든 책이...음... 다 마음에 들었다. 해서, 그나마 선정하느라 잠깐 고민도 했다.
청소년, 아동 문학을 업무상 일부러 찾아 읽게 된 지 꽤 되었다. 그렇다고 열심히 읽은 것은 아니지만, 문학동네에서 선정해주는 출판하는 책들은 믿고 선택하는 편이다.
이꽃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을 소개해준 문구들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 환상적이면서 아련함이 있는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제일 먼저 읽어버리겠다고 나름 생각한 것은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과연, 책을 잡기 시작한 지 이틀째 되던 저녁 단숨에 읽어버렸고, 중간에 끊을 수 없었다. 다음 이야기가 자꾸 생각났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어렸던 소설의 처음 부분 어린이 말투가 우습기도 하다 '엄마 은유'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의 문장들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린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시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소설 속에서도 나오지만, 아무리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 행운을 알려줘도 현재의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다는 말에 백퍼센트 동의한다.
이런 환상적인 소재들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우리는 이런 현상을 늘 겪고 있다. 우리의 선배, 부모, 먼저 태어난 모든 이들은 따지고 보면 현재의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이기 때문에 미래에서 왔다고 해도 그렇게 틀린 표현은 아니다. 늘 그렇듯, 우리는 그들의 충고나 조언을 잘 듣지 않는다. 아니 못 알아듣는다고 해야겠다. 꼭 나이 많은 존재들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세계를 접하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속삭이는 미래의 나에게 벌어지는 '세계'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성장하고 변화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신은 우리의 소원을 늘 들어주고 있지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한계도 함께 주시니 인간의 진화는 요원하기만 한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매우 재미있게 스피디하게 즐기면서 모처럼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이 책을 알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소설 중간쯤 또는 전반부의 후반쯤부터 '엄마은유'가 누구인지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도 좋았다. 재혼하게 되는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추리를 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책, 그래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맘에 드는 문장들이 많다기 보다 소설 전체가 하나의 문장인 느낌의 책, 재미있는 글쓰기 작업을 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샘솟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