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아주 잠깐이다. 대개의 경우 나는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나를 이해시키려고 많은 말을 꺼낸다. 말을 많이 한 날 일수록 마음은 더 허하다. 아마 듣는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마음과 말 사이의 거리 때문일 것이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말은 더 많아지고, 그럴수록 간극은 더더욱 벌어진다.
당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는 불가능을 앞에 두고, 우리는 무수한 말로 오해를 쌓아나간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오해도 이해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그것을 잘 알기에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것이다.
말과 침묵 사이에도 마음들이 있다.
여기 이 책에는 그 마음 중 몇 개가 번역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