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사람이, 남들이 보기엔 그럴듯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천천히 스스로를 해치는 것을 제가 얼마나 자주 봤는지 아십니까?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수준의 자해입니다. 아아, 이 사람 큰일났다, 싶을 땐 늦었고 곁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디다. 큰 회사에 다니고, 가업을 잇고, 대단한 돈을 거머쥐고, 다정한 반려인이나 귀여운 아이들을 얻고 나서도 무언가 안에서 그네들을 갉아먹습니다. 기생충이 먹을 게 없으면 내장을 파고들듯이요. 수집가나 애호가가 되어 욕구를 해소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습니다. 결국 일에도 뜻이 없어지고 주변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저보다 훨씬 가난한 예술가들 곁에서 머물며 소비만 하다가 자기 자신도 소모해버립니다. 주로 술과 도박과 별의별 파괴적인 것들이 끼어들어 소모를 가속시키고요. 차라리 예술을 편히 시작할 수 있었을 나이에 시작했더라면, 그 성취나 결과가 형편없었을지는 몰라도 나았을 겁니다.
22장에서....
어쩌면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