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수천 개 퓨즈들에 일제히 불꽃 튀는 전류가 흘렀다가 하나씩 끊기는 것 같은 과정을 나는 지켜봤어.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나를 동생이나 언니로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을 구하러 온 어른이라고도 믿지 않았고, 더이상 도와달라고도 하지 않았어.
점점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가끔 말한다 해도 단어들이 섬처럼 흩어졌어.
응,아니,라는 대답까지 하지 않게 되었을 때부터는 원하고 청하는 것도 없어졌어.
하지만 내가 까서 준 귤을 받아들면, 평생 새겨진 습관대로 반으로 갈라 큰 쪽을 나에게 건네며 가만히 웃었어.
그럴 때면 심장이 벌어지는 것 같았던 기억이 나.
아이를 낳아 기르면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걸까 생각했던 것도.